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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스토리

MIRAE Story

여가, 문화, 나눔, 주거 등 시니어를 위한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허은순

2024-06-04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허은순
- 공황장애로 마비도 왔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삶 보여주는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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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신인류의 탄생'이란 제목의 에세이집을 출판한 허은순의 가평 자택을 방문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 책 속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 봤다.

매일 오전 9시쯤, 그녀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알람이 켜진다. 그 알람을 따라 들어가 보면 많게는 수백 명, 적게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한바탕 수다를 떨다가 그녀를 따라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전날 그녀가 추천해준 제품에 대한 후기를 나눌 때도 있다.
 
팔로우 8만6000명의, 스스로를 신인류라 칭하는 허은순(57)의 아침 풍경이다. 강렬한 원색 의상과 매력적인 숏컷이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긴 하나, 넌지시 던지는 말 한 마디의 깊이는 확실히 어른의 것이다. 밀라논나와 박막례 이후로 또 한 명의 강렬한 인플루언서가 우리 앞에 나타난 느낌.
 
인상적인 것은 그녀를 추종하는 팬들 역시 그녀의 삶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한 때 MZ 혹은 잘파세대가 점령했던 인스타그램에서 그녀와 그녀의 팬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스로 프로필 란에 써놓았듯, 패러다임을 바꿨다.
  
아들의 제안으로 유튜브를 시작했고, 좀 더 편집하기 쉬운 숏폼 컨텐츠를 만들면서 인스타그램으로 지평을 넓혔다.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을 영상으로 만들었을 뿐인데 이내 알고리즘을 타고 그 세계의 스타가 됐다. 뒤늦게 배운 영상 촬영과 편집이 한 때는 손에 익지 않아 서툴렀지만, 서툴면 서툰 대로 가감 없이 보여줬다. 그 모습에 팬들이 열광했다. 한 때 그녀가 '따봉'의 오타로 '띠봉'이라 쓴 자막은 이제 팬들 사이 유행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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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첫 에세이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신인류의 탄생'을 출판했다. 어떤 계기로 출판을 하게 됐나.
 
허은순 : 출판사인 현암사 대표는 나와 20년 지기인데, 어느 날 새벽에 '책 쓸 때가 된 것 같아요' 라고 하시더라. 그 전에도 책을 내자고 했는데 당시에는 의욕이 없어서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하던 때였다. 책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공황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의 릴스가 터지면서 구독자가 많이 생겼고, 대표가 다시 '이제 할 때가 됐다'라고 하시길래 출판에 이르게 됐다. 원고도 없는 상태에서 출판사가 사인을 했다.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 과거에도 출판을 했었기에 무덤덤하긴 한데 막상 책이 나오니 책임감이 느껴지긴 한다.
 
Q. '신인류'라는 말이 허은순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이 키워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허은순 : '나를 정의할 때 어떤 단어가 알맞을까'는 이미 유튜브를 하면서 많이 생각했던 것이다. 유튜브에는 '꽃중년'으로 되어 있긴 하다. 이후에도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새로운 인류'라는 것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아줌마들과도 다르고, 일반적인 한국 사람과도 다르다. 앞으로 점점 더 시니어가 많아지는 시대가 될 텐데, 예전에 나이 든 사람들과 지금 나이 든 사람들은 체력적으로도 또 하는 일도 많이 다르다. 그런 사회가 온다고 했을 때 우리가 이대로 늙으면 사회가 암울해진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종족의 탄생이란 느낌을 주고도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신인류다.
 
Q.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대표 주자가 됐다. 허은순의 팬덤 안에서 또 다른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이 탄생하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허은순 : 이름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 싶어졌다. 감사한 일이다.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Q. 매일 오전 빠짐없이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을 하더라. 쉬운 일이 아닐텐데 말이다.
 
허은순 : 나의 생방송이 하루를 시작하는 알람이라고 하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라디오를 듣거나 아침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이제 나의 라이브를 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내가 하는 방송이 볼 만한가' 싶었는데, 팬들은 '선생님 맨날 똑같은 소리 안 해요'라고 한다. 참 신기하다. 실제로 팬들과의 내적 친밀도가 굉장히 깊다.
 
Q. 팬미팅도 여러 차례 진행하셨는데, 직접 만나면 어떤가.
 
허은순 : 난리다. 얼싸안고 끌어안고. 대단히 열광적이다. 잘 울기도 한다. 서로서로 친해지고 있다. 다들 띠봉인게 자랑스럽다고 하더라. 그 자랑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게 잘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Q. 팬들의 연령대는 어떤가.
 
허은순 : 다양하다. 젊은 층도 많다. 나처럼 사는 것도 괜찮다라는 의미로 'likeeunsoon67'을 아이디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싶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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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에서 아들과 며느리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과연 아들, 며느리로부터 추천사를 받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싶었다.
 
허은순 : 편집부의 제안이었다. '아들과 며느리한테 추천사를 부탁하면 어떻겠냐'라고 하기에 참신한 생각이라 생각했다. 아들은 늘 엄마가 많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며느리하고는 워낙 사이가 좋다. 정말 고마웠다. 그러나 동시에 엄마에 대해 기대치가 높구나 싶긴 하다(웃음).
 
Q.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던 시기, 아드님이 옆에서 유튜브 해보라고 권유를 많이 하셨던 걸로 안다.
 
허은순 : 남편과 사별하고 나는 어떤 목적, 욕망이 없어졌다. 그런데 아들은 엄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예전 우리 남편 같구나 싶다. 사실 가족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제 아무리 밖에서 인정받고 존경받고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사람이라도 결국은 가족한테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하고 관계가 좋지 않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 간의 연대가 좋아야 한다. 늘 큰 아들한테 하는 말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려고 하지 말고 훌륭한 사람 되려고 하지 말고 예슬이(며느리)하고 알콩달콩 도란도란 사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라고 말해준다. 그다지 무엇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한다. 별로 소용이 없더라. 가족끼리 화목하게 잘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최근에 아들도 큰 결심을 했다. 엄마 집에 올 때마다 너무 좋다고, 자연과 가까이 한다는 것이 좋으니 시골살이를 하기로 결심을 한 것 같다. 바로 어디 정착하지 말고 여기저기 살아보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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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힘든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공황장애로 힘들었던 시기를 이야기 해보자면, 사실 책을 읽고야 남편과 사별하신 것을 알았다.
 
허은순 : 그 이야기는 사실 최근까지도 못했다. 잘 안되더라. 극복이 잘 안됐다. 사람들을 잘 안 만난 이유도 '남편 어디 계세요' 라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다가 올해 처음 이야기 해봤다. 이제 (사별한 지) 9년 됐으니까 팬들도 알 때가 된 것도 같고 평생 이야기를 안할 수도 없고 그 질문을 피할 수도 없으니까. 물론 아직도 사별했다는 말에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Q. 책에서는 그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담담하게 쓰여져 있긴 했다. 어떻게 그 시기를 극복하셨나.
 
허은순 : 그 시기는 이겨 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극복하려고 생각도 안했고 극복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극복을 잘 못했기에 공황이 왔다. 공황의 증상은 여러 증상이 있는데 나는 사지마비가 오더라. 손끝부터 굳는다. 숨을 못 쉬기 때문에 비상이 걸린다. 사방에 가족들이 모여서 주무른다. 한 번 오면 일주일은 후유증이 오기도 한다. 의사가 남편과 연관기억이 전혀 없는 곳으로 요양을 가길 권해 시골로 내려온 것이기도 하다.
 
Q. 릴스에서는 꾸준히 운동한 것이 도움이 되셨다고 했다.
 
허은순 : 운동은 안 하면 죽는다. 앞으로 갈수록 활동량이 줄어들기도 하고 요즘은 다들 위험한 음식을 많이 먹기도 한다. 가만히 있으면 비참하게 죽는다. 노인이 어떻게 늙어가고 죽는지 많이 봤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죽음의 질이 많이 달라진다. 살아있는 동안 각성을 했으면 좋겠다. 자기가 게으르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진다.
 
Q.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공황으로 고생을 많이 한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허은순 :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것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욕심이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그러면 힘들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저는 매일 라이브를 해도 되는 대로 한다. 예쁘게 머리하고 차려입고 화장하고 세팅하고 라이브 하는 거면 죽어도 못할 것 같다. 늘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면 병 걸린다. 타인이 나를 안본다고 생각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편하게 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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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야망과 목표가 없다고는 하셨지만, 그래도 인플루언서가 되셨다. 앞으로 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방향이 있을까.
 
허은순 : 엊그저께 남편의 기일을 맞아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돈을 벌게 된다고 해도 나는 땅이나 건물, 재산 축적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대로 빚도 갚고 하면, 그 다음은 재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사실 재단은 남편이 늘 하고 싶어했던 일이기도 했다. 아들들과 의견 일치를 봤다. 우리는 없을 때부터 후원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되는 상황은 예상을 하지 못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누군가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되더라. 그들이 나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되살아나는 것들이 좋았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재단을 만들어 이끌어나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사실 그간은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 없었고, 애초에 돈을 벌어야 겠다도 내 동기가 아니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애초에 하지 않을 결심을 했었다. 그러다가 재단 이야기가 나오니 해볼 만하다 싶어졌다. 그러나 작게 할 것이다. 조직이 커져서 좋아지는 것을 못 봤다(웃음).


배선영 데일리임팩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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